UCL 파운데이션 후기

 
UCL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파운데이션 후기
 
제가 영국의 파운데이션 과정을 통해 대학교를 진학하게 된 이유는 한국의 수능과 같은 시험을 준비하여 치르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한국에서 대학교 1학년을 채 끝내지 못했고(사실 파운데이션 과정은 대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야 지원 가능합니다(주: UCL 등 몇몇 대학교의 경우에만 그렇습니다)), 언젠가 대학을 다시 다닐 수 있을 거란 생각만으로 많은 세월이 흘러버렸습니다. 대학교를 다시 들어가고자 하였으나 수능시험을 준비하기에 저는 너무 오랫동안 학업을 놓고 있었고, 방대한 양의 공부를 단시간에 해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저는 일단 대학교 생각 없이 영국 어학연수로 시작했어요. 내가 여기서 영어라도 좀 하게 되면, 이걸로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어학연수를 마치고 본 아이엘츠 점수(each 5.5 overall 6.0)를 가지고 알아본 결과, 제가 들어갈 수 있는 파운데이션 과정의 대학교는 꽤 많았습니다. 사실 파운데이션 과정 자체가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는 건데, 나이제한이 따로 있는 건 아니었고, 제 고등학교 성적은 나쁘지 않았기에 저는 제가 갈수 있는 학교들 중에 제일 좋은 학교를 가고 싶었습니다.

 


런던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오가며 보았던 UCL이 가장 가고 싶었으나, 다른 대형 유학원들에서는 UCL 파운데이션 과정 자체를 소개를 안해주더라구요.
학생의 가능성보다, 본인들이 편하게 보낼 수 있는 학교들만 줄줄이 늘어놓더라구요..그러다가 영국유학센터의 UCL 파운데이션과정 소개란을 보았고, 바로 원장님과 상담하였습니다. 그 때 당시 이미 접수기간은 다 끝난 상태였는데, 추가모집으로 가능할 수도 있다는 답변을 받았고, 원장님의 도움으로 잘 준비해서 지원하여 운 좋게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 제가 특이한 케이스이기도 했고, 접수기간도 다 끝난 마당에 UCL이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학교에서 저를 합격시켜 줄거라고 크게 기대를 안 했거든요.




학교에서는 합격후에 학생들에게 공부준비를 잘 해오라고 조언합니다. 이 준비라는 게, 파운데이션 과정 동안 배우게 될 내용들을 헤매지 않고 잘 이해하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다시 한번 복습하고 기초를 탄탄히 해오라는 얘기인데, 제가 이게 부족해서 굉장히 헤맸습니다.
Biomedical sciences로 진학하기 위해 파운데이션 과정에서 화학과 생물을 듣게 됐는데, 너무 오랜 세 월 동안 학업을 놓고 있었고, 지원을 늦게 하는 바람에 시간이 없어서 딱 한달 만에 혼자 화학과 생물 1, 2를 급하게 인터넷강의로 공부하고, 파운데이션 과정이 시작됐습니다.

수업 듣는 내내 저는 헤매는 내용들을 친구들에게 아냐고 물어보면, "어, 이거 고등학교 때 맨날 했던 거야" 라는 답변을 듣곤 했습니다. 그 친구들은 영어도 뛰어났어요. 저도 파운데이션과정 시작 직전에 overall 6.5까지 올려놓았지만, 그 친구들은 8.0까지 나오는 학생들이었습니다.




파운데이션 과정을 시작하기 전에 영어가 굉장히 중요한 게, 한국어로 배워도 어려운 내용들을 듣고 이해하고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것 전부 영어로 해야하거든요. 생활영어, 회화랑 전적으로 다릅니다. Lecture에서 듣게 되는 단어들부터 전문용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미리 해주지 않으면 굉장히 힘들어요. 강의 도중에 설명을 들으며 이해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건지 모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녹음을 하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참 안타까운 게, 과제 하느라 너무 바빠서 다시 들을 시간이 없더라구요..모든 면에서 많이 부족해서 예습이 정말 필요하겠다 1년 내내 생각하면서도 한번도 그러지 못했던 게, 과정 자체가 너무 너무 너무 빡셉니다. UCL 파운데이션 과정이 그렇게 빡세기로 유명하다고 해요.




UCL은 파운데이션 과정이 대표적으로 Humanity랑 Science & Engineering로 나눠져 있는데, Humanity쪽 애들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널널했던것 같습니다. 툭하면 놀러 가고 파티하고 하는걸 많이 보면서 부러워했거든요. 반면 Science & Engineering쪽은, 특히나 제가 수강했던 화학과 생물이 가장 빡세고 힘듭니다.
화학과 생물 둘 다 일주일에 렉쳐 두 번, 튜토리얼도 두번씩, 실험 한번씩, 과제로는 coursework 하나, lab report 하나씩 있는데요, 튜토리얼이 렉쳐 때 배운 내용 복습하고 질문하는 시간인데, 렉쳐를 이해를 못하니 튜토리얼때도 헤매게 되더라구요. 화학과 생물 두 과목 다 실험이 있다 보니 일주일에 실험을 두 번 하고, 레포트도 두 개씩 매주 써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coursework도 매주 나오구요. 물리도 실험이 있지만 레포트는 가끔 요구되고 수학은 실험 같은 것도 없고 coursework도 한달에 한번 정도? 가끔 해서 내던데, 그게 너무 부러웠습니다. 특히나 수학은, 중국학생이나 한국학생들한테 너무 쉽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구요.
학부과정 시작 할 때 각 학교에서 요구되는 점수는 과목마다 똑같은데, 빡센 정도와 과제량이 어마하게 다르니 솔직히 unfair하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정말 파운데이션 과정 내내 정신 없이 과제 해서 내고 리포트 써서 제출하고 한 기억밖에 없거든요. 뿐만 아니라, 때 되면 Academic English와 science & society 에서 요구되는 프로젝트와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학교에서 밤샌 적도 정말 많습니다. 매일있는 각각의 deadline 때문에 일주일에 3~4번을 밤샌 적도 있고요.
나이도 있는데,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하




진도도 굉장히 빨리 나갑니다. 학업이 너무 힘들어서 튜터들과도 상담을 많이 했는데, 파운데이션 과정은 A레벨의 2년 과정을 1년으로 압축 시킨 것이고, 힘들 것이다, 힘든 것 이해한다, 그렇지만 해내야 한다, 언제든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라...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거죠. 가장 중요한 건 term 1 이에요. 이 때 학업 사이클을 잘 잡아야 잘 따라가고 과제점수도 잘 받고, 이 때 시험점수 나온걸로 튜터들한테 prediction을 잘 받아야 가고 싶은 대학교의 offer를 받거든요.
UCAS를 통해 대학교마다 apply를 넣을 때가 되면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도와줍니다. 너무 높은 학교들만 지원한 것 같으면 insurance로 하나 넣으라고 압박도 들어옵니다. 저는 term 1 때 비교적 시험 점수가 잘 나온 편이었고, 과제점수도 꽤 높았던지라 더럼, 임페리얼, UCL, 킹스, 퀸메리 지원해서 전부 다 오퍼 받았구요.
UCL을 firm choice로, King's college를 insurance choice로 accept 했습니다. 임페리얼은 요구점수가 너무 높더라구요. 80을 훌쩍 넘기라는데 도저히 점수가 안 나올 것 같아서..학교 지원 하는 것은 담당자가 따로 있어서 이것 저것 물어보면 알려주고 도와주고 합니다. personal tutorial이라는 것도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20분간 담당 tutor와 개인적인 학업상황과 생활 전반적인 것에 관한 얘기를 나눕니다. 물론 비밀 유지 되고요.personal tutor들도 수업 들어오는 선생님들인데, 본인 수업에 들어오는 tutor는 피해서 배정됩니다. 학교에 apply 넣을때 쓰는 personal statement도 봐주고 최종 프로젝트와 프레젠테이션 전에 피드백을 주는 역할도 합니다. 개인적인 학업질문이나 대놓고 수정을 해주는 건 금지되어 있고요. term 1 에 한해서 선배들과 멘토링도 합니다. 본인이 가고 싶은 과에 이미 진학한 선배와 그룹을 이루어 매주 일정시간 만나서 학업이나 진학에 관해 질문도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와 전혀 안되었다로 갈리더라구요. personal tutorial과 달리 멘토링 참가는 선택사항입니다. 시험을 못 치면 따로 불러서 매주 약속을 잡고 일대일로 보충수업도 해줍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end-term test에서 일부러 시험을 못 치는 건 안됩니다! 1점 1점이 소중하거든요..




term 2 때는 전체적으로 조금 놓게 되는 것 같습니다. term 1 때 열심히 달렸던 게 지쳐서 이기도, 적응이 되어서 이기도 한 것 같아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점수가 조금 떨어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지만 최종점수로의 반영비율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대부분 안심을 하죠. 그렇지만 term 3 때 다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요. 시험범위도 이제 1년 과정 전체가 되어버리고, 시험문제 자체가 설마 이런 것까지 나올까 하고 자세히 보지 못한 부분을 물어보기 때문에. 무엇보다 생물과목은, 생물학적 용어들을 외우는 게 관건이에요. 그때 그때 익숙해지고 외워두지 않으면 시험기간에 닥쳐서 몰아서 외우는 건 정말 힘듭니다. 문제의 90프로가 서술형인데, 그게 뭔지, 어떤 기능을 하는 건지 머릿속으로 알아도 영어로 그 단어들을 써내질 못하면 아무것도 못 적게 되는거죠.




시험시간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시험 칠 때마다 단 한번도 문제를 다 풀어보질 못했네요. 어쨌든 이 파운데이션이 제가 공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기 때문에 열심히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 고3 때도 이렇게 공부 안 한 것 같습니다. 요새의 수험생들은 더 빡세겠지만요. 최종시험 끝나자마자 바로 학교 못 가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열심히 했는데, 조금 억울했습니다. 99프로 정도 포기를 하고 시험결과를 받았는데, 생각보다 점수가 잘 나왔습니다. 요구점수를 넘었고, 다만 Academic English 부문에서 1점이 모자르게 나왔습니다. 학교와 협상을 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그냥 바로 합격이라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들은 얘기로는, 요구점수보다 훨씬 못나왔는데도 붙은 학생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UCL 파운데이션 과정을 듣고 UCL 학부를 지원한 것이기 때문에 advantage가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UCL 파운데이션 과정 중에 좀 더 제가 느낀 것을 얘기하자면, 화학 같은 경우는 커리큘럼 자체가 잘 짜여져있었습니다. 매주 아웃라인부터 렉쳐 ppt와 참고자료까지 moodle에 꼬박꼬박 올라왔고, 튜터들도 학생들이 질문하거나 개인적으로 찾아가도 적극적으로 가르쳐주고 도와주셨습니다. 기본적으로 튜터가 열정적인 분이셨고, 최대한 학습에 도움이 될 수 있게끔 애를 많이 쓰시는게 보였구요. text book을 아예 안보고도 뭘 공부해야하는지, 딱 정리가 됐습니다. 각 과목마다 튜터가 두 명씩인데, 두분이 communication을 많이 하셔서 얘기가 달라진다던지 학생들이 헤매게 되는 일은 없었습니다.
반면, 생물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커리큘럼이 너무 엉망이어서 공부하는 내내 좀 힘들었습니다. 튜터들이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지, outline이나 렉쳐 PPT가 moodle에 올라오는것도 한참 늦게, 안올라오는 것도 많았고, 렉쳐마다 온갖 전문용어들 투성인데도 예습을 할래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시험기간에 공부 할때도 아웃라인도 없이 text book이 같은 topic에서도 어떤 부분은 들어가고 어떤 부분은 안들어가고, 전체 범위가 딱 정리되어 있는게 없어서, 뜬구름 잡듯 공부를 했죠. 또한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질문하는 것도 귀찮아하셨던 느낌입니다. 두분이 communication도 부족했구요. 그래도 과정중에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biology trip 이었습니다. 생물 듣는 학생들은 term 3 때 5박 6일 정도로 trip을 한번 가는데, 하루종일 바쁘게 굴리고 매일 과제도 주지만, 정말 친구들과 돈독해지고 재미있었거든요. 처음에 갈 때는 다른 과목 학생들은 우리 덕분에 휴강되고 어디 놀러간다 저기 놀러간다 부럽고 억울하고 정말 가기 싫었는데, 가서 지내다 보니까 자연속에 신나게 뛰어놀기도 하고, 밤늦게까지 게임하고 놀기도 하고, 고등학교때 수학여행 갔던 것처럼 정말 신났었어요. 얘기를 들어보니 학기초에 가면 친구들과도 금방 친해지고 좋을텐데, 그 프로그램(다양한 생태계 관찰)을 하려면 계절이 5월쯤에 가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같은 경우는 나이가 다른 친구들보다 많다고 배려를 해주셔서 개인방도 썼습니다. 이 과정을 들으면서 했던 생각은, 하고자 하는 의지와 간절함, 영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한것 같습니다. 일단 남들보다 영어가 부족했고, 따라가기 힘들었고, 공부하는 내내 발목을 붙잡았거든요. 하루는, note taking 시험을 봤는데 망치고 그날 레포트를 쓰다가 엉엉 운적도 있습니다. 영어가 도저히 안느니까 너무 분해서요. 정말 말도 못하게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어쨌든 결국 끝까지 했고, 좋은 결과를 받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UCL 파운데이션 과정은 그냥 외국 대학교 타이틀만 보고, 대충 하라는거 하다 보면 학교 들어갈 수 있겠지, 라는 생각으로는 절대 안될 것 같아요. 전교 1,2등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느정도 기초가 되어있고 고등학교 성적이 썩 나쁘지 않은 학생들은 영어만 잘 준비해서 가면 저만큼 힘드시진 않을 거에요. 이제 남은 학부과정이 진짜 공부이겠지만, UCL 파운데이션 과정을 들으면서, 학부과정에서 필요한 기본적인 스킬들(레포트, 프레젠테이션, 프로젝트 등)은 다 익혔기 때문에 헤맬 일은 없을 거라고 얘기하더라구요. 사실 영국에서 공부하는 건 돈도 정말 많이 들고, 독립한적이 없는 친구들은 많이 힘들어 하는데, 확실한 의지를 가지지 않고는 시간낭비, 돈낭비가 아닐까 싶어요. 지금까지 해온 만큼, 또 열심히 해서 학부과정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운데이션 듣는 동안 원장님께서 공부 잘 하고 있나 물어봐 주시고, 때 맞춰 비자준비도 또 할 수 있게 도와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지금 이순간, 인터넷에서 영국유학센터의 UCL 파운데이션과정을 보고, '에이 설마 내가 갈수 있겠어'란 생각 보다 일단 바로 찾아갔던 제 자신이 가장 기특합니다.


여러가지로 정말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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