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rittle 컬리지 Floristry 과정
Writtle College FdA Professional Floristry Foundation Degree - 박은비
안녕하세요. 플로리스트 공부를 원하시는 분들을 위해 작은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서 체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저는 2009년 9월부터 Writtle College Professional Floristry 파운데이션 과정을 시작해서 올해 5월에 2년의 과정을 마쳤습니다. 지금 3학년, 그러니까, 올 9월에 BA(Hons) Professional Floristry를 하기 위해 수속을 밟고 있습니다.
Writtle College는?
Writtle College는 영국 Essex지방 Chelmsford에 있습니다. University of Essex에 속해 있는 College라서 학사(3학년)를 마치게 된다면 University of Essex로 학위를 받게 됩니다. Writtle College는 수의학, 원예학, 화훼장식, 정원 디자인등을 전문으로 가르치고 있는 학교이고, 조용하고 아름다운 주위 환경 속에서 교수님, 학생들과 함께 공부 할 수 있는 곳입니다.
FdA Professional Floristry 과정은
FdA Professional Floristry는 총 2년 과정으로, 화훼 장식 실기와 이론 수업 그리고 대학 과정에 필요한 과제들, 예를 들면 리포트나 소 논문 쓰는 방법들을 배우는 학문적인 수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주일에 이틀씩, 1학년은 수요일, 목요일, 2학년은 월요일, 화요일 대략 10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 하루 종일 수업을 합니다. 요일은 그 해 학생들 혹은 교수님들의 사정에 의해서 바뀔 수도 있습니다. 과거에는 거의 매일 2, 3시간씩 하던 수업 방식을 지금은 이틀에 몰아서 함으로써 멀리 사는 학생들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과 공부나 work experience에도 적극적으로 참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구요. 덕분에 저도 런던으로 일주일에 이틀씩 일하러 갈 수 있었습니다.^^
1학년 때는 Contemporary Floristry 1, Traditional Floristry Techniques, Learning From Work, 그리고 Academic skills 이렇게 총 4 과목을 하루에 2개씩 일주일에 이틀 수업을 합니다. 나름 실기와 이론을 하나씩 섞어서 수업하기 때문에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Contemporary Floristry 1 수업에서는 현대적 꽃 장식을, 그 중에서도 난이도가 좀 쉬운 그리고 기본적인 기술들을 배우는데요, 이것들을 충분히 익히고 자기 디자인을 위해서 응용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핵심 수업입니다. Traditional Floristry Techniques 시간에는 전통적이지만, 꼭 알아야 하는 기본적인 전통 유러피안 스타일의 디자인이나 영국 스타일을 배우는 수업입니다. 자기 스스로의 디자인을 조금씩 적용 해야 하는 Contemporary 수업 시간과는 달리, 교수님께서 하시는 대로 정확하게 만들어내야 합니다. 정신적으로는 편하지만(그냥 따라 하면 되니까요^^), 손이 꽤 가는 작업도 있어서 개인에 따라서는 지루한 수업이 될 수 도 있고 (이미 어느 정도 화훼장식에 대해서 공부하신 분) 힘든 수업 (초보 이신 분들)이 될 수도 있습니다. Learning From Work 와 Academic skills 시간은 영국 학생들도 종종 불만을 토로하는 수업들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 하는 것처럼, 그들도 ‘왜, 플로리스트가 되려는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리포트와 수행평가를 위해 키보드를 두드려야 하나’ 하는 소박하지만 나름 심오한 회의가 들게끔 만들거든요. 특히 저 같은 외국 유학 생들은 더 괴롭구요. 어느 수준 이상의 영어 실력이 필요하니까요. 아, 하지만, 문법 체크 해주시는 친절하신 선생님이 계시니까 너무 걱정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Learning From Work 수업은 1년 동안 배운 것들과, work experience 체험기 혹은 다른 플로리스트들의 데몬스트레이션 참석 소감이나 기타 꽃과 관련된 모든 활동들을 정리해서 제출하는 포트폴리오 형식입니다. 딱히 별다른 과제나 수업 내용은 없고 단지 어떻게 1년 동안의 공부내용과 배운 것들을 글로 잘 정리할지 알고, 미루지 않고 성실히 모든 것들을 그때 그때 기록 한다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입니다. Academic skills 수업은 원예과 학생들과 같이 듣습니다. 단지 꽃에 국한 된 것만 아니라, 일반적인 학업적 지식이나 외부 강사 초청 수업 등 일반 대학 수업과 비슷합니다. 이 과정은 사실 대학 예비 과정이기 때문에 실기 수업과 함께 이런 이론 수업 부분도 중요합니다. 이 수업들은 단순히 꽃장식 기술만 배우는 전문학교가 아니라 학위 공부를 염두에 둔 과정이기 때문에 이론 수업은 불가피하다고 교수님께서 강조하십니다. 언뜻 보면 쓸데없는 시간 보내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파고 들면 모든 수업 하나하나가 플로리스트들이 해야 하는, 배워두면 좋은 것들과 긴밀하게 연결 되어 있습니다.
[Traditional Floristry Lesson]
[Contemporary Floristry 1 Lesson]
2학년 과목들은 1학년이랑 비슷하지만 좀 더 심화된 디자인을 배우고 적용시키는 단계로 넘어갑니다. 전통 꽃꽂이는 1학년때 끝내고, 현대적이고 현재 유행하는 디자인들을 참고해 자신만의 작품을 만드는 Contemporary Floristry 2와 Current Trends in Floral Designs 은 지루하지도 않고 오히려 기다려지기까지 합니다. 장례식 디자인 같은 경우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지만, 영국 꽃집에서 인턴으로 일하거나 본인의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론 수업인 Learning Through Work와 Academic skills and Professional Development (APD)도 1학년 때보다 더 어려워 집니다. 특히 APD중에서 Investigative project라는 소 논문 수준의 과제가 있습니다. 이 과제는 3학년 때 쓰는 논문을 위한 예비 논문쯤으로 여겨집니다. 2학년은 파운데이션 코스의 마지막 학년이기 때문에 (3학년, BA (Hons)는 학위 과정입니다) 1학년 때보다 이론적으로 그리고 실기적으로도 어렵고 힘듭니다. 하지만 내용으로는 2학년이 더 흥미롭습니다.^^
[Contemporary Floristry 2 Lesson]
[Current Trends in Floral Design Lesson]
우리 과는..
한 학년에 보통 11명에서 17명까지 정도입니다. 제 학년은 거의 전부다가 영국 학생들이고 일본인 학생 한 명과 저를 포함해서 한국인 학생 2명입니다. 소수 반이기 때문에 국적에 상관없이 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분위기입니다. 또 교수님들께서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배려도 해주십니다. 과거에는 한국사람들이 좀 많았다가 지금은 반에 한두 명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 사람들끼리만 어울리지도 않고 서로 도우면서 잘 지냅니다. 저는 오히려 이렇게 같은 국적의 사람들이 많이 없는 것이 과목 공부에도, 또 영어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쓸데 없는 오해나 편 가르기도 없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지금 현재 2분이 계십니다. 과거에는 좀 더 많았지만, 학생수가 줄어들면서 떠나시고 현재 두 분이 남았습니다. 장점은 친밀감이겠지만 단점은 한 사람의 디자인 스타일을 3년 동안 계속 배운다는 게 좀 걸리긴 합니다. 미래에 학생수가 늘어 난다면 교수님도 더 오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당분간은 잘 모르겠습니다.
캠퍼스 생활, 기숙사
보통 유학생들은 1학년은 학교 기숙사에서 지내게 됩니다. 그 편이 학교에 적응하는 것도 빠르고 학교 보호 아래서 영국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청소하시는 분도 계시고 방 구조도 괜찮기 때문에 공부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제 의견으로는 1년으로 충분하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한국 음식을 보관하거나 공동 부엌에서 직접 하는 것이 불편하고 학교 식당음식은 쉽게 질리게 됩니다. 또, 옆방 소음도 무시할 수 없구요. 그래도 영국인 친구들과 다른 나라 유학생 친구들을 사귀기에는 더할나위 없이 좋은 곳입니다. 학교 내에 BAR도 있어서 한잔 하러 가셔도 되구요. 이벤트도 많고 크리스마스나 학기말에는 Ball도 열립니다.
전시회 참석
학기 중간 중간에 유럽 꽃 전시회나 꽃시장을 보러 가기도 해요. 봄, 부활절 연휴 즈음에는 네덜란드 알스미어 꽃 직판장이나 영국에서 쉽게 못 구하는 재료들을 구하러 도매상에 들리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유명한 플라워 디자이너들 작품 전시를 보러 벨기에로 갑니다. 방문하는 곳들 대부분이 개인으로 가려면 돈도 돈이지만, 도매상만 들어갈 수 있는 곳도 있기에 한번쯤은 같이 가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머리도 식힐 겸, 겸사 겸사 해서요.^^
[Belgium Christmas Design Trip]
[알스미어 플라워마켓]
인턴쉽
학기중에 꽃집에서 일하는게 필수라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데요,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일하시면 금방 실력이 늘고 또 이 직업 군은 현장 경험이 정말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아는 꽃집들은 이미 자체적으로 그쪽 수강생들에게 인턴쉽을 자리를 내주기 때문에 한국학생들은 과거 한국 사람들이 거쳐간 꽃집이나 호텔 혹은 동네 근처 꽃집에서 일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conditioning (꽃 다듬기)만 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어느 정도 경력이 있다고 해도 먼저 그들의 신뢰를 얻는 것이 순서 이기 때문에 얼마 동안 보조일을 하고 나면 꽃도 만들고 그들의 일에 함께 참여 할 수 있습니다. 인내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플로리스트는 꽃만 잘 만들면 되지, 왜 이런 것들까지 배워야 하나’ 하는 질문이 사실 학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긴 합니다. 저도 그 질문을 2년 동안이나 반복해서 고민 하고 또 고민 했습니다. 내가 뭘 배우러 이 학교에 지원 했을까, 계속 해야 하나 등등... 이 고민을 계속 해서 질질 끈다면, 2년 동안 적극적으로 꽃을 배우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뭐든지 미워 보이고, 촌스러워 보이고, 시간 낭비 돈 낭비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그것 때문에 도중에 그만둔 사람도 한 두명 됩니다(영국 학생 외국 학생 상관 없이...). 저도 방황 했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한국에서 제가 알던 플로리스트들의 직업 스펙트럼이랑 여기 와서 새로 알게 된 플로리스트와 플라워 아티스트의 차이가 좀 컸었습니다. 전 단지 꽃집에서 일하고, 바구니와 꽃다발이 거의 모든 디자인의 전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건 극히 일부분이고, 사실 엄청 다양하고 복잡하고 심화된 분야인줄 하나하나 깨지고 배우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에는 Floristry를 디자인과 학업적인 측면에서 구분짓는 단계가 Level 1부터 Level 4까지 있습니다. Level 1과 Level 2는 대학 예비 과정입니다. 단순히 꽃집 운영 공부와 일반적인 디자인 보다는 좀 더 기술적이고 예술적으로 심화된 플라워 디자인과 학업적인 이론 부분을 병행하는 단계입니다. Level 3는 학사 학위가 수여되는, Floristry 학생으로서는 마지막 단계인 과정입니다. 논문을 쓰고 기존 디자이너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만의 디자인을 졸업 작품으로 발표합니다. Level 4는 영국 내에서는 가장 높은 단계입니다. 예술적으로나 상업적으로나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모든 Level을 가르칠 수 있는 교수가 되는데 필요한 자격입니다.
제 교수님과 한 학년 선배님께서는 상업적인 꽃장식만 배우려면 굳이 이 Professional Floristry Foundation Degree 과정을 이수 할 필요는 없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고 상업적인 꽃장식과 예술적인, 지금 당장은 대중들의 기호와는 거리가 좀 있는 기술적인 꽃장식을 흑백 논리로 구분해서 이거는 좋고 저것은 나쁘다라고 생각 하는 것도 좋은 플로리스트 혹은 플라워 아티스트가 되는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상업적인 꽃 디자인, 경영 지식과 더불어 예술적인 부분에서도 실력을 쌓아 더 성장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분들이라면 이 학교에서 공부 하기를 추천 합니다. 선택은 여러분들이.^^ 충분히 생각해 보시고 신중하게 결정하세요.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