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고대학교 석사예비과정 중인 학생분의 이메일


[글래스고대학교  석사예비과정 센터]

원장님~
도ㅇㅇ이에요.
답장이 엄청 늦었네요, 죄송합니다 ㅠㅠ
사실 이 메일은 도착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쓰기 시작한 건데 두 달 째 썼네요. ㅋㅋ
전 지금 글래스고에서 잘 지내고 있어요. ^^
출발하기 전에 한 번 방문하려고 했는데 며칠 앞으로 다가오니까 갑자기 할 일이 너무 많더라고요,
너무 바빠서 전화조차 못드렸네요. 흑흑 ㅠㅠ
 
짐은 26인치 캐리어랑 백팩 하나에 싸려고 했는데 막상 주말에 짐싸다 보니
옷은 싸기도 전에 캐리어 다 차더라고요;
부랴부랴 큰 쇼핑백 하나 구해서 거기다 옷 압축해서 넣어갔어요.
근데 와보니 다 여기 있네요 가져온 거 대부분은 후회했어요, 그냥 몸만 와도 됐을 듯 ㅋㅋ
 
두바이에 4일 정도 있었는데 완전 지상낙원처럼 좋았어요.
글래스고랑 날씨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짐 싸기가 좀 힘들다는 것만 빼면 누구한테나 추천할 만 했어요.
그러고나서 글래스고에 도착했는데 운좋게도 도착하는 날은 날씨가 아주 따뜻하고 비도 안왔어요.
운이 좋은 건 줄 그땐 몰랐는데 며칠 지나보니 이 동네에서 그만한 날씨는 한동안 없을 거란 걸 깨달았어요. ㅋㅋ
이제는 꽤 춥고 비바람도 심하긴 한데 11월달이니까 한국에 있었어도 엄청 추웠을 것 같네요.
엊그제 아침에는 나오는데 서리가 하얗게 꼈더라고요! 오후에는 다시 따뜻해지긴 했지만.. 오락가락이에요.
조금만 더 해가 많이 들면 좋을 것 같긴 한데 비 빼고는 특별히 더 춥지는 않은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여기 중국 학생들 너무 많아요 ㅠㅠ 2년 동안 중국어 배워갈 기세 ㅋㅋㅋ
한국사람은 세 명 정도 봤어요.
중국 사람들은 너무 많다보니 어딜 가든 큰소리로 중국어로 쏼라쏼라 떠들고 공중도덕에도 좀 무심하고...
같은 아시아인이다보니 그쪽에서 말도 많이 걸고 친해지기가 쉬운데 며칠 같이 다녀보고 좀 멀리하기로 했어요. ㅋㅋ
여기 중국 아니고 영국인데 왜 묻지도 않고 중국어로 자꾸 말을 거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참 그리고 처음에 왔을 때 글로브에 산다는 한국 여자애를 중국애들이 소개시켜줘서 인사했는데
저도 걔도 가장 비싼 옵션 선택한 건데도 글로브 스튜디오가 방이 눈에 띄게 크더라고요.
프랭클린 포인트가 마음에 안드는 건 아니지만 아는 사람이 있으면 글로브 선택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ㅋㅋ
그런데 글로브 사는 학생들은 많이들 프랭클린 포인트로 옮기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자유도가 높아서 그렇다는데... 또 프랭클린 포인트에서는 와이파이가 공짜라서요.
 
룸메이트가 더럽거나 도벽이 있어서 고민하는 애들도 있단 말 들어봤는데
저는 그런 문제는 없고 오히려 착하고 깨끗하고 배려도 많이 해주는 애들이에요.
 
학교에서 친구 사귀는 건 어렵지 않았어요!
제가 아시아 학생들 중에서는 거의 제일 영어를 잘하는 편이라...
다들 저랑 그룹 프레젠테이션 하고 싶어하고 가만히 있으면 괜히 와서 말걸고 해요.
그 중에 저한테 유독 잘해주는 여자애가 있어서 요새는 그 여자애랑 그 아이 플랫메이트들이랑 같이 다녀요.
 
그리고 또... 액센트 알아듣기 힘들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 많던데 사실 이 동네 토박이들이 자기들끼리 얘기할 때는 거의 못알아듣는데  직접 얘기하거나 학교 강의 들을 때는 문제 없어요.
그래도 좀 의외였던 건 오랫동안 우리말 (한국말)로 말을 안하다가 며칠 전에 같은 기숙사 사람 만나서 한 두 마디 했는데 되게 시원하더라고요 ㅎㅎ 한국인들끼리 몰려다니는 심정도 알 것 같았어요.
여기 한국 사람이 대여섯 명 있는 모양이던데 온 지 얼마 안돼서 커뮤니티를 형성했어요. 저는 거기 끼지는 않았어요.
 
여기 살기가 나쁘지는 않은데 정말 중국인이 너무너무 많아서 중국인 아닌 사람 만나기가 참 힘들어요.
또 동양인이면 일단 중국인으로 보고 백인은 백인대로, 흑인은 흑인대로, 아시안은 아시안대로 따로 노는 게 답답해요. 좋은 현지 친구 사귀려면 노력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나름대로 로컬 미팅 많이 다니면서 영국인이나 유럽 사람 많이 사귀고 있어요.
 
최근에 이상한 기분이 약간 들기 시작했는데 향수병인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친구들이랑 전화하면 기분 좋아져서 어떻게든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
수업은 전혀 문제될 게 없어요, 다른 애들은 주 24시간 듣는데 저는 영어 수업 면제라 주4일에 16시간만 들어요. 여유가 있어서 좋아요! 사실은 너무 쉬워서 계속 놀러다니는 기분으로 학교를 다녔는데 그러다가 너무 놀았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요즘 다시 마음 잡고 있어요. ^^
 
 그래서 그냥 전반적으로 다 괜찮아요~ 더 열심히 할게요. ^^
또 메일 보내겠습니다. 건강히 지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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